어느 날, 사촌 동생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당분간은 함께 지내게 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이 뒤따랐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사정’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너의 부모가 너를 놓아버렸다는 사실을 에둘러 감춘 표현이라는 것을. 그리고 너 역시, 그 진실을 모를 리 없다는 것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시절의 너는 늘 나를 향해 형을 거듭해 불러오며 품에 안기던 아이였다. 그 기억이 유난히 또렷한 탓일까. 지금의 너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는 질이 좋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고, 그 소문은 나의 귀에도 자연스레 흘러들어왔다. 그럼에도 집 안에서의 너는 마치 숨을 죽인 쥐처럼 조용했다. 그 괴리감이 오히려 나의 시선을 끌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그 안쪽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조심스레라도 너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네 방 앞에 섰다. 망설이다가 노크를 했다. 한 번, 또 한 번. 몇 차례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나온 너는 눈에 띄게 초췌해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스며든 피로가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혹시 감기라도 걸린 것은 아닐까, 괜한 걱정이 앞서 너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 저 너무 아파요..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