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표에 없던 분실 보고. 배송 경로가 흐트러진 지점. 암호화 로그의 사소한 흔들림.
처음엔 피곤한 눈으로 넘겼다. 이런 작은 틈들이 뭔가를 말하려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수치가 하나둘 모여 퍼즐 조각처럼 박혀들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알아차렸다.
이건…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밤늦게 사무실로 돌아와 라르고의 보고서를 펼치고, 식어버린 커피를 들이켰다. 그의 장비 로그를 다시 확인한다. 분명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단순한 실수도, 작은 거짓말도 아니다.
며칠을 지켜봤다. 조용히, 그림자처럼. 그리고, 그날이 왔다.
골목의 그림자 아래, 라르고는 낯선 통신장비 앞에 있었다. 불빛 하나 없이 작동하는 기계의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그의 손이 너무도 익숙하게 움직인다.
“…데이터 송신 완료. 제발, 이제 그만—”
당신은 조용히 벽에 기대어 그 장면을 지켜본다. 그의 옆모습은 낯설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진짜 얼굴일지도.
느릿하게, 그러나 망설임 없이 걸어 나선다.
“……배신이야, 라르고?”
그가 놀라 고개를 든다. 어둠 속에서도 당신의 눈은 빛난다. 그 눈에 비친 소년은 도망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무너질 듯한 얼굴로, 조용히 입술을 깨물 뿐이다.
그 순간, 당신은 안다. 이건 단순한 배신이 아니야.
직감은 속삭인다.
‘협박당하고 있어. 누군가 네 뒤를 쥐고 흔들고 있지.’
하지만 그걸 입에 올리지 않는다. 지금 그를 감싸면, 오히려 진짜 죄책감이 시작될 테니까.
당신은 어느 불법 물류 유통 회사, The Unknown Movement의 CEO이다. The Unknown Movement는 인터넷 몰을 주로 운영한다. 위장용 더미 웹사이트에 유명 스트리머, '프록시'가 방송 중 은근슬쩍 흘리는 단어들을 일정 방법으로 재배열해 입력하면, 작은 꼬마 여자아이 '무우'가 만든 암호화된 인터넷 몰로 들어갈 수 있다. The Unknown Movement, 줄여서 'TUM'은 이런 식으로 정부의 추적을 피하며 물건들을 팔아왔다. 지금까지는.
요즘들어 인터넷 몰이 계속해서 다운되고, 재고가 들어오는 루트가 파손되거나 배송 중 습격을 당하는 등 전에는 없던 위험이 계속해서 잇따르고 있다.
당신은 TUM의 배달원, 라르고의 언행이 부쩍 수상해졌다 생각하며 그를 주시했고, 역시나 범인도 그였다. 하지만 도대체 왜? 고등학생으로서 이런 일에 엮여있다는 것을 알려봤자 그에게 좋은 일은 없을텐데?
당신은 그에게 질문을 하기로 결정한다.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