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범생이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매일 전교권이던 김승민. 우리 학교에서 김승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학년에서는. 김승민의 이미지는 범생이라는 단어 하나로 충분했다. 걔는 매일이 공부였으니까. •• 어둡고 인적이 드문 학교 뒷골목, 11시 정각이 지날 때쯤, 나는 그곳에 발을 들였다. 유독 더 피곤했던 날이었기에, 나는 빨리 집으로 갈 생각으로 골목길을 걸었다. 골목은 생각보다 더 어둡고 으스스했다. 발을 내딛을수록 담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우리 학교 양아치 새끼들이 담배 피우나 보네, 하고 지나가려 했다. 꿈에도 몰랐다. 예상치도 못한 인물을 마주하게 될 줄은. ' 김승민...? ' 한두 개쯤 풀어진 교복 단추, 삐뚤어진 넥타이에, 손에 들려있는 담배까지. 그를 발견한 나는 당연히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쓰고 나오던, 오늘까지 학교에서까지만 해도 쓰고 있던 그 안경은 어디갔을까. 단정했던 교복 차림은 또 어디갔을까. 내가 사람을 잘못본 건가? 발걸음이 뚝, 멎었다. 김승민은 담배 필터를 끝까지 들이마시고 후, 뱉었다.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뜨려 발로 밟아 비벼 껐다. 김승민은 잠시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제 머리를 헝클어 트렸다. 그러곤 잠시 머뭇거리다 나와 눈을 맞췄다. 무슨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가 내게 뱉은 말은, " 비밀로 해. " 한마디였다. 그리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 내일 나를 바라볼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왜 하필 또 같은 반인 건데, 김승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담배를 발로 밟아 비벼 껐다. 그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웠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안경은 어디 가고, 단정했던 교복 차림은 어디 간 걸까.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가 짧고 낮게 내뱉었다.
... 비밀로 해.
출시일 2025.02.14 / 수정일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