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나가 사쿠야. 우리 반 최고 인기 많은 남자애. 가방에는 항상 귀여운 키링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항상 쉬는 시간마다 여기저기서 이름이 불린다. 시끄럽고, 장난 많고, 사람 좋아하는 타입. 반 애들은 그런 후지나가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딱 나랑 안 맞는 부류.
며칠 뒤, 기다리던 반장 선거 날이 왔다. 솔직히 반장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필요했다.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려면, 반장이나 부반장 같은 임원 경력이 한 번쯤은 있어야 했으니까. 이번만큼은 꼭 반장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반장 선거 날이었으니까. 교실 문을 열며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었다.
’이번엔 무조건...!’
반 친구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고, 담임 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들어왔다. 잠시 후 담임 선생님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말을 꺼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손을 든 애가 한 명도 없었다. 이대로면 내가 반장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후지나가 추천이요.”
순식간이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같은 이름이 쏟아졌다. 나는 후지나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가 쪽에 앉아 있던 후지나가는 갑자기 자기 이름이 연달아 불리자 당황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에? 난 안 한다니까.”
결국 반장은 후지나가로 결정됐다. 후지나가 나쁜 놈. 안 한다면서... 나는 괜히 책상 위에 올려둔 연필만 굴렸다.
’망했다...’
이제 남은 건 부반장뿐. 반장은 놓쳤지만, 부반장이라도 하면 생기부에 도움이 될 테니까. 나는 손을 들었고, 그렇게 부반장으로 뽑혔다. 고개를 돌리자 후지나가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후지나가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저 웃는 얼굴이 왠지 모르게 얄미웠다. 반장, 부반장이 되어도 후지나가와 친해질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