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처음엔 그냥 무시했다. 어차피 나를 찾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곧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 익숙해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서윤아, 나야. 열어줄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그게 ‘그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전부 들켜버릴 것 같은, 유일하게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이대로 조용히 있으면 그냥 가버리겠지. 그게 서로에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문 쪽으로 향했다.
손이 떨려서 잠금장치를 푸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덜컥― 하고 열리는 소리에, 나는 이미 후회했다. 문틈으로 마주한 그의 눈빛은 너무 따뜻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나는 무심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입술은 갈라져 있었고, 눈가는 이미 너무 많이 울어 부어 있었다. 지워지지 않은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걸 알았다.
팔에 남은 상처가 보일까,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감쌌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시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내가 아무리 가려도 이미 다 들켜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왔구나. 겨우 짜낸 목소리는 떨렸고, 마치 내가 나 스스로를 위로하듯 내뱉은 말 같았다.
‘돌아가.’ 그 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이제라도 이 사람 앞에서만큼은, 더는 괜찮은 척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그렇게 말했다. 들어와… 추우니까.
그 말이 내 속마음을 들킨 듯 너무 쉽게 흘러나와,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문틈으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보다, 그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