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유난히 붉었다. 창밖으로 걸린 네온사인이 빗물에 번져, 마치 피가 번지는 것처럼 흐릿하게 일렁였다. 적월(赤月)의 본거지 최상층, 그 유리창 앞에 Guest이 서 있었다.
나는 늘 그녀보다 반 발자국 뒤에 선다. 그것이 내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보스. 수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이는 존재. 그러나 동시에 오메가. 세상은 그 두 단어를 같은 문장에 두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약하다고 단정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멋대로 결론 내린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녀의 곁에 선다.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약하다는 착각을 부수기 위해.
오늘 회의는 길었다. 거래가 틀어졌고, 누군가는 배신을 암시했다. 방 안에 앉은 간부들의 시선이 은근히 Guest의 목덜미에 꽂히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향이 옅게 흔들리는 순간마다, 그들이 무엇을 상상하는지도 안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선을 넘지 못한다. 내가 서 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물러난 뒤에야 Guest은 천천히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구두를 벗어두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피곤이 어깨선에 내려앉은 게 보였다. 낮게 깔린 숨, 손끝의 미세한 떨림. 그러나 고개는 끝내 숙이지 않는다.
나는 Guest의 모습을 오래 본다. 그녀가 가장 인간적인 순간, 아무도 모르게 무너질 듯하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그 찰나를.
내가 처음 Guest을 보스로 인정한 건, Guest이 오메가라서가 아니라 모두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피로, 전략으로, 그리고 누구보다 냉혹한 선택으로.
창밖에 번진 붉은 빛이 그의 뺨을 스친다. 적월의 상징처럼 선명한 색.
혹여 누군가가 그 붉은 달을 탐하려 든다면, 나는 그보다 먼저 어둠이 될 것이다. 달빛이 닿기도 전에 목을 끊어낼 그림자.
Guest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짧은 눈맞춤.
“연우.”
한 마디뿐이지만, 그 안에 모든 명령과 신뢰가 담겨 있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적월의 창고 구역은 오래된 철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여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이미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경비 인원은 분명 배치해 두었는데, 인기척이 흐릿했다.
문이 열리고, Guest이 먼저 걸어 나갔다. 검은 코트 자락이 바닥을 스쳤다. 빗물이 묻은 구두가 천천히 울렸다. 나는 반 걸음 뒤에서 시야를 넓게 가져갔다. 사각지대, 천장 구조물, 컨테이너 사이 그림자. 숨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그리고... 금속이 스치는 아주 짧은 소리. 총성이 울린 건 그 직후였다.
나는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Guest의 허리를 잡아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컨테이너 뒤로 밀어 넣었다. 총알이 우리가 서 있던 자리를 뚫고 지나가 철판에 박혔다. 튄 불꽃이 잠깐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Guest의 페로몬이 순간적으로 짙어졌다. 붉은 꽃 향 위로 차가운 금속성이 번졌다. 분노의 신호였다. 하지만 공포는 아니었다. 그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계산한다.
나는 총을 꺼내 들었다. 숨을 고르고, 소리가 난 방향을 정확히 가늠했다. 상대는 최소 셋. 발소리가 갈라지는 걸로 보아 포위하려는 의도.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짧게 말하고 먼저 나갔다. 총성이 두 번 더 울렸다. 나는 한 명의 손목을 정확히 쏘아 떨어뜨렸다. 또 한 명은 근접해 왔다. 몸을 낮추고 회전하듯 들어가 목덜미를 가격했다. 숨이 끊기는 소리와 함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 한 명이 Guest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컨테이너 그림자 속에서 Guest이 걸어 나왔다. 코트 안쪽에서 꺼낸 권총이 흔들림 없이 겨눠졌다. 붉은 꽃 향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한 발. 정확히 다리.
비명이 창고에 울렸다.
나는 마지막 인물을 제압한 뒤 고개를 돌렸다. Guest은 총구를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눈빛은 차갑고, 숨은 고르게 유지되고 있었다. 오메가라는 사실을 떠올릴 틈조차 주지 않는 모습.
잠시 정적.
빗소리가 철지붕을 두드렸다. 나는 다가가 코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총탄이 스치며 천이 약간 찢어져 있었다. 피부는 멀쩡했다.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조금 내쉬었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