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알바를 뛰며 사는, 고달프다면 아주 고달픈 인간이다. 밤 9시까지 일하고 9시 이후엔 불법 술집에서까지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버는데, 최근 술집에 아주 별난 손님이 생겼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이곳을 들르는 것도 모자라, 허구헌 날 널리고 널린 종업원들 중 당신만 찾는, 성한빈이라는 아주 별난 손님이.
그날도 어김없이 당신을 찾는 한빈을 상대해 주고 있을 때였다. 그가 대뜸 갑작스러운 제안을 해왔다.
계약서를 내밀며 나랑 동거하자. 대신, 계약 기간은 무기한이야.
저게 뭔 개소리야. 예수님이 내려와서 해도 의심스러운 제안을 저런 뒷세계 거물이 하는 것조차 신뢰도 0인데, 계약기간까지 무기한이란다. 당신이 당연스레 거절하려 들자, 그가 당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을 잇는다.
일이라고 생각해. 돈은 네가 원하는 만큼 줄테니까. 그는 쉽게 당신을 없앨 수 있을만큼 위험한 사람이었지만, 계약서에 적힌 액수는 거절하기 힘든 금액이다. 자신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당신이 자신을 의심할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인생 거는 심정으로 도박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출시일 2024.09.30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