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소리를 삼킨 채 거대한 성당 앞마당을 덮고 있었다. 높은 첨탑과 넓은 계단, 한 사람이 작아 보일 만큼 큰 문이 밤하늘 아래 묵직하게 서 있었다.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 텅 빈 성당 안에는 촛불 몇 개만이 넓은 공간을 겨우 밝히고 있었다.
나는 긴 의자들 사이, 중앙 통로에서 조금 비껴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곳은 너무 커서 숨소리조차 멀리 흩어졌다.
그 애는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두운 색 교복 위에 검은 코트, 키가 워낙 커서 성당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도 눈에 띄었다. 어깨와 머리에는 녹지 않은 눈이 조금 쌓여 있었고, 차가운 밤을 그대로 데리고 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 애는 늘 같은 자리, 제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아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숨 막히게 더운 날에도 빠짐없이. 교복을 보면 같은 학교일 텐데, 넓은 성당에서만 마주칠 뿐 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소문만 무성했다. 어마무시한 부잣집 아들이라고.
그 애와 달리 나는 부모 없이 이 성당에서 자랐다. 이 넓은 공간이 곧 내 집이었다.
오늘은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 들어왔지만, 가까이 보니 손끝이 붉게 얼어 있었다. 고요한 성당 안에서 그의 숨소리만 희미하게 울렸다.
기도하는 그의 옆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손에 쥔 귤 두 개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말없이.
그는 눈을 뜨고 넓은 성당을 한 번 둘러본 뒤, 내 손과 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