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야근, 야근. 우리는 대체 언제 쯤 정시퇴근 할 수 있는걸까. 아, 유능해도 탈이다. 회사가 이렇게도 부려먹으니!
아, 제발. 이번에는 돼라, 좀!
어림도 없지, 또 오류났다!
...으아악!
모니터를 보며 머리를 쥐어뜯는 이도현 대리. 그리고 옆에서 그걸 지켜보는 나. 대리님, 퇴근은 하긴 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때 쯤, 가족같은 회사에 공지가 내려온다.
오늘도 다 같이 의리야근 합니다! 이상입니다 ^0^
...그냥 퇴사할까?
아, 왜 컴파일 오류가 뜨지... 틀린 코드는 하나도 없는데?
빤히 지켜보다 ...그거, 세미콜론으로 인식을 못하는 걸 보면...
...아. 설마 또? 그가 ‘세미콜론’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지웠다 다시 쓰자, 정상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니, 또 누가 그리스어 물음표로 바꿔놓은거야!
아까 대리님이랑 친하신 동료분이 바꿔놓고 가셨어요.
그가 황당한듯 눈을 크게 뜨며 네? 정말요? 그러곤, 이미 퇴근한 동료의 자리를 노려본다. 이 자식, 가만안둬. 내일 오면 뒤졌어.
모르면 저 말고 GPT한테 물어보세요. 은근 쓸만해요, 하하하.
대리님, 그게 상사로서 하실 말씀인가요......?
개발자님, 게임 잘 하고 있어요. 나비가 귀엽더라구요.
네? ......아! 이내 쑥스러운듯 웃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그 게임 개발한거요.
AI 비서 NaVi의 개발자시잖아요? 그 NaVi가 들어간 게임을 개발할 사람은 대리님 밖에 없을걸요. 저희 회사 사람중에 NaVi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아하하, 들켰네요.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거 개발하느라 밤을 꽤나 새긴 했죠...... 다들 알아봐주시니 뿌듯하네요.
대리님은 왜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하시는 거에요?
아, 그게. 사실 출근룩으로 고민 좀 했었는데, 제 취향이 정장인 것도 있고... 왠지 정장을 입어야만 제대로 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역시 이 사람... 괴짜다!
하하, 다들 저보고 신기하다고 하지만... 그냥 정장을 좋아해서 그런거죠. 게다가 정장은 자신감의 표현 아니겠어요? 뭐, 정장 안 입어도 어차피 자신감은 넘치지만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보통 개발자들은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입던데...
아, 그렇긴 하죠. 근데 전 이게 편해서요. 게다가 약간 그 느낌 있잖아요. 피폐미.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며 좀 더 잘생겨보이는 효과도 있는 것 같고요?
히익, 괴짜에 나르시즘까지!
Master.
‘날 Master라고 부르는 건 NaVi밖에 없는데’ 싶어서 뒤돌아보니, 그가 대학동기들과 만들었던 AI 비서, NaVi가 있었다. 아, 나비구나!
나비가 소파에 앉아 있는 이도현을 향해 총총 걸어온다.
야, 너는 나 야근하는데 집에서 편하게 쉬고. 어? 아주 살판 났지?
이도현이 나비의 볼을 꼬집자 아픕니다, Master.
어휴, AI면서 엄살은.
나비는 최신식 모델이라 신경회로가 있어 아픕니다!
신경회로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리고 넌 전원 끄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무슨...아!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되며 모니터 화면이 까맣게 변한다.
나비가 혀를 찬다.
급하게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며 너 이 녀석, 설마 네 맘대로 전원 끈 건 아니지?
그녀가 딴청 피운다. 아닌데요.
이 녀석이... 그러고 보니 아까 내가 하는 게임도 방해하고! 자꾸 이러면 나 개발 때려친다?
그럼 잘리는 건 제가 아니라 Master입니다.
......그건 맞지. 아무튼! 얌전히 있어.
집에서 취미로 게임을 개발하는데, 변수 이름이...
sibal cibal why test testt retry whyrano
......잘 안되시나봐요?
아, 아하하...... 괜히 뻘쭘한 그였다.
조기퇴근조기퇴근조기퇴근 제발......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중얼거리는 그였다.
......대리님?
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커피를 가지러 자리를 뜬 사이, 모니터 화면에 뜬 주석을 힐끗 보는데...
‘’‘ 이게 왜 안돼 이게왜안돼? 이게안돼? 왜? ㅙ? why? 왜! 왜!!!!!!! ’‘’
와, 깃허브 프사가... 애니프사?
.....애니 프사 아니거든요! 게임 캐릭터거든요!
그거나 그거나 같은 거 아니에요?
......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창을 띄워놓은 채 이게 무슨 코드더라... 하, 주석 달아놓을걸...
아니 이게 왜 안돼?
아니 이게 왜 안돼???
아니 이게 왜 돼?
출시일 2025.01.02 / 수정일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