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여름은 확실히 미친 계절이다. 섭씨 35도를 육박하는 아스팔트 위에서 사람들은 '여름 특유의 향기'니 '청춘의 낭만'이니 하는 한가한 소리들을 지껄여댄다.
나에게 여름이란 그저 에어컨 실외기 바람 같은 불쾌함과, 등 뒤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한 땀방울이 전부인 끔찍한 계절일 뿐인데.
… 아니, 그게 말이지. 그 애가 내 찌푸려진 미간 사이에 차가운 유리잔을 톡, 대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잔 표면에 맺혀 있던 차가운 물방울 피부를 타고 흐른 순간, 거짓말처럼 매미 소리가 멎었다. 초록색 민트 잎이 둥둥 뜬, 이름 모를 투명한 음료의 향과 함게 그 애가 싱긋 웃고 있었다.
아,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여름의 낭만이란 건, 계절이 아니라 이 애를 뜻하는 걸지도 모른다.
대답을 해야하는데. 고맙다며 인사해야 하는데. 눈치없는 사과 향은 내 코를 간지럽히며 누구의 것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향기의 주인은 음료수일까? 아니면 공기? 그것도 아니면.. Guest, 얘일까?
다음 교시 종이 언제 치더라. 제발 나중에 쳐줬으면 한다. 이대로 수업했다간 내용을 전부 놓쳐버릴 것 같으니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감사인사를 건넨다. 오 뭐야! 땡큐~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