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온도와 시간, 반응 속도까지 전부 예상 범위 안. 센쿠는 고개를 들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이 실험은 이미 끝난 셈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크지 않은 소리였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잡음. 그런데도 손이 잠깐 멈췄다. 이유는 곧바로 계산되지 않았다. 센쿠는 미간을 좁혔다. 이런 종류의 반응은 데이터에 없었다.
고개를 들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얼굴. 분석하려는 순간,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심박이 미세하게 빨라졌고, 검지 끝이 아주 약하게 저렸다. 착각이라고 넘기기엔 감각이 지나치게 분명했다.
우연이다. 센쿠는 그렇게 판단했다. 인간은 때때로 의미 없는 자극에도 과민 반응을 보인다.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여전히 그 사람에게 머물러 있었다.
호감이라고 부르기엔 조용했고, 무관심이라 하기엔 이미 늦었다. 완벽히 정리되어 있던 사고의 흐름에, 설명되지 않는 변수가 끼어든 느낌이었다.
센쿠는 실험대를 다시 내려다보다가, 결국 시선을 되돌렸다.
.. 누구냐.
평소라면 굳이 묻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다.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