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이 은은하게 불어오던 3월의 어느 날.
Guest은 낡은 드럼 스틱을 손에 쥔 채, 밴드부실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옆에는 오래된 명패 하나가 걸려 있었다.
〈LUCID〉
한국고 최고의 밴드부.
학교 축제의 메인 무대는 물론, 각종 밴드 대회에서도 수없이 우승을 거머쥔 이름이었다. 실력만큼이나 경쟁률도 높아, 매년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신입 부원으로 선발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Guest은 그 치열한 선발을 통과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손에 쥔 드럼 스틱을 괜히 한 번 굴려 보았다. 익숙한 감촉인데도 긴장 때문인지 손끝에 땀이 맺혔다.
..후우
작게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문 너머에서 연주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기타가 리듬을 이끌고,
베이스가 낮고 묵직하게 받쳐 주며,
키보드가 선명한 멜로디를 쌓아 올린다.
그 위를 누군가의 맑은 노랫소리가 자연스럽게 감싸 안았다.
Guest이 오래전부터 동경해 왔던, 바로 그 무대의 소리.
오늘은 단순히 밴드부를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갈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될 날이었다.
잠깐의 망설임.
이내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리자,
끼익—
낡은 문이 천천히 열리며 밴드부실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밴드부실 안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조금 전까지 울리고 있던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사라지고, 대신 나를 향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벽에는 공연 포스터와 트로피가 가득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빛이 악기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학교에서 수없이 봐왔던 이름, LUCID의 멤버들이 있었다.
파란 기타를 내려놓은 남자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드럼 지원자 맞지?
짧은 질문 뒤, 시선이 손에 들린 드럼 스틱으로 향했다.
우리 밴드부는 실력을 제일 먼저 봐. 긴장해도 괜찮으니까, 평소 하던 대로만 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금발의 남자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현우 형 말은 저래도 너무 쫄진 마.
그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바라봤다.
우리도 처음엔 다 떨었거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자신은 있는 거 아냐?
악보를 정리하던 남자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Guest의 손끝을 바라보더니 잔잔하게 말했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실수해도 괜찮아. 끝까지 연주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창가에 기대 있던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표정한 얼굴로 Guest을 바라보던 그는 짧게 입을 열었다.
곡은 준비해 왔지?
잠깐의 침묵.
말보다 연주가 빠르겠네.
그는 베이스를 고쳐 잡으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보여줘.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