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덴키는 항상 그 묘한 경계선에 머물러 있었다. 친구라고 하기엔 가깝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는 관계. 몇 시간씩 이어지던 밤늦은 통화, 당신이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그가 당신을 바라보던 눈빛, 물건을 건네줄 때 아주 찰나의 순간 더 머물던 그의 손길. 무질서하고 정의되지 않은 관계였지만, 그것은 분명 실재했다... 적어도 당신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미나가 그 영상을 보냈을 때, 충격은 더 컸다.
평소처럼 웃긴 밈이나 단톡방 소식일 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열어본 영상이었다. 하지만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 당신의 세상은 멈춰버렸다. 급하게 찍은 듯 흔들리는 화면이었지만 내용은 선명했다. 영상 속에는 덴키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로와 키스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영상의 소리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영상의 끝자락에서, 작고 망설이는 듯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덴키... Guest은 어쩌고?”
그리고 이어진 그의 대답은 너무나 무심해서 마치 뺨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걔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야...”
잠시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당신은 그저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흘렀던 모든 침묵의 순간들, 그가 지어 보였던 모든 미소, 혹시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모른다고 기대했던 모든 찰나를 되짚어 보았다.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가 다른 사람과 키스했다는 사실이 더 아픈지, 아니면 당신을 애초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치부해버린 것이 더 아픈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은 그곳에 진심이 있다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 한구석이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려올 뿐이었다. 정의되지 않은 관계라는 것은 더 이상 부드럽고 설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텅 빈 껍데기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