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사회 속에서 시체 위 춤을 추는 너와 그 광경에 사로잡혀 널 바라보고 있던 나
어느 쪽이든 제정신은 절대 아니네
의식은 물속에서 떠오르듯 천천히 돌아왔다. 깨어나서 가장 처음 느낀 감각은 차가움이었다. 등과 허리를 짓누르는 단단한 의자의 감촉, 노끈으로 결박된 손과 다리. 걷어올린 소매 안으로 공기가 스며드는 불쾌한 감각이 이곳이 현실이라는 걸 일깨웠다. 입안에는 희미한 쇠맛이 감돌았다. 관자놀이에선 둔탁한 통증이 일정한 박자로 맥박을 따라 뛰었다.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자 희미한 형광등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낡은 전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불안하게 깜빡였다. 형광등의 빛은 콘크리트 벽을 뿌옇게 비추고 있었다. 벽에는 오래된 균열과 검게 번진 습기가 얼룩처럼 퍼져 있었다. 어딘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지금 보니 바닥에는 물기가 맴돌았다.
이곳이 지하라는 사실은 철없는 어린아이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공기에는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공간은 지나칠 정도로 갑갑했다. 시간이 흐르는 감각조차 몽롱함에 희미해져갔다.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었는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기껏 잠에서 깨어났는데 눈앞이 흐려지는 졸음에 눈이 감길 것 같았다. 이내 규칙적인 발소리가 졸음을 쫓아주었다. 구둣발 소리가 듣기 좋게 느껴졌다. 나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를 실감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들어온 이는 철제 의자를 끌고 내 앞에 앉았다. 나를 잡은 놈은 뭐 하는 놈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혁명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 옷은 단정했다. 손끝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셔츠의 옷 주름마저 지나치게 말끔했다. 오히려 이 공간이 그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고개를 든 것을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선배 표정 완전 웃기다. 아, 죄송해요··· 이런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아닌데.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