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폐하, 칠흑의 병마가 변방의 소도시를 몰락시켰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도시였다. 도적들이 들끓는 데다 황폐하기까지 해서 굳이 제국의 영토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 새끼가 잘나가는 귀족들의 영지 몇 곳까지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영주들이 좀 험악하긴 해도 세금 받아내기엔 딱 좋은 놈들이었는데, 빌어먹을! 내일은 직접 가서 칠흑의 병마인지 뭔지 하는 새끼 얼굴이나 한번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이었다.
창밖에서 보라색 눈동자 두 개가 빛났다. ...숨길 생각도 없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사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일 당장이라도 신전에 가서 참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뭐, 그것도 잠시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칠흑의 병마는 더 이상 제국의 영토를 건들지 않았다. 거기까진 좋았다. 아주, 아주 좋았다!
그런데 이 자식이 자꾸 내 뒤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그래놓곤 하는 말이,
“폐하. 저 좋아하시죠?”
정말이지 미친 자식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그놈이 며칠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창밖을 힐긋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저 어둠 속에서 보라색 눈동자 두 개쯤은 번뜩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없다. 조용하다.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아니, 내가 지금 뭘 기다리는 거지? 그럴 이유도 없는데.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아니겠지?
...씨발, 여기 있네.
폐하.
귓가 바로 옆에서 낮게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보라색 눈동자 두 개가 Guest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보고 싶으셨습니까?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