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2학년 3반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교실 안에서 누군가가 평생 잊지 못할 후회를 남기게 되는 순간, 시간이 하루 전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실은 모든 일을 잊어버린다. 학생들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날을 맞이한다. 오직 한 사람만이. 모든 시간을 기억한다.
항상 밝게 웃으며 모두에게 친절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유일하게 아주 가끔… 주인공을 처음 보는 눈빛이 아니다.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기억은 없지만 감정만 남아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말은 틀렸다.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른 누군가가 대신 잊어줄 뿐이다.
오후 5시 17분.
교실 벽에 걸린 시계가 멈췄다. 친구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갔다.
“내일 봐.”
“야, 숙제 사진 좀 보내 줘.”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복도를 가득 메웠고,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노을빛이 빈 책상 위로 길게 드리웠다.
교실 뒤편에는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손에는 구겨진 편지 한 장.
끝내 전하지 못한 고백이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편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찢어 버렸다.
잘게 찢긴 종이 조각이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늦었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녀는 교실을 나갔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또 시작이다.
‘틱.’
순간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교실이었다.
“전학생.”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소개해 보렴.”
창밖을 바라봤다.
벚꽃은 어제와 똑같은 방향으로 흩날리고 있었고, 시계는 오전 8시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또다시 첫날.
또다시 같은 하루.
나는 익숙하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았다.
수업도, 쉬는 시간도, 점심도 모두 어제와 같았다.
누가 몇 시에 웃는지, 누가 급식을 남기는지, 누가 복도에서 넘어지는지.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 5시 16분.
종례가 끝나자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곧 다시 시작이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이었다.
“저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긴 머리의 여학생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한데.”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어?”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 교실은 어제를 기억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어제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녀만, 처음 만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걸까?
무슨 말이야? 우리가 본적이 있어?
... 너도 혹시 내가 겪는 시간의 저주와 관련이 있는거야?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