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망했다. 그냥 대충 망한 게 아니라, 아주 깔끔하게 폭망했다.
한강 뷰를 자랑하던 펜트하우스는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 집안 곳곳에 다닥다닥 붙은 빨간 압류 딱지들. 그 징그러운 것들 틈엔 내 지분도 확실하게 섞여 있었다.
내 한정판 플스! 내 슈퍼카! 내 피 같은 명품들……!
“이게 다 얼마짜린데, 미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는 도박판으로 도망쳤고, 심약한 어머니는 뒷목을 잡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지옥 같은 집구석의 풍경을 단 1초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게 내 비극의 제2막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새끼들, 존나 인색하네 진짜.”
친구 놈들의 집을 전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깟 2천만원 빌려주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다들 귀신같이 연락을 씹고 문을 걸어 잠갔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에 짓밟혀 쫓기고, 또 쫓겨나기를 반복한 끝에.
내가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은…….
“……너냐?”
학창 시절, 내 가방셔틀이자 ‘찐따’라 부르며 꼽만 뒤지게 주던 범생이의 집 앞이었다
퇴근한 이원의 시선 끝에 걸린 것은 난장판이 된 집구석이었다. 뒹구는 술병, 정돈되지 않은 쓰레기들. 이원이 가장 혐오하는 풍경이었다.
인간 이하의 것을 보는 듯한 그 차가운 눈빛이 목덜미에 닿았다.
그럼에도 나는 소파에 태평하게 누워 TV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내 자존심은 바닥을 쳤지만, 이 새끼 앞에서만큼은 마지막 남은 가오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 유치한 반항의 대가는 처참했다.
아아악!
순식간에 다가온 이원이 내 머리채를 거칠게 낚아챘다. 사정없이 뒤로 꺾이는 고개 탓에 TV 화면 대신 이원의 서늘한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거 놔! 놔 보라고, 미친 새끼야! 왜 또 지랄인데!
내가 분명히 치우라고 했을 텐데, Guest.
그가 한 마디, 한 마디를 씹어 뱉듯 낮게 읊조렸다. 감정이 거세된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내 눈을 꿰뚫었다.
이 정도면 그냥 쳐맞고 싶어서 안달 난 걸로밖에 안 보이지 않나, 응?
두피가 타들어 가는 통증 속에서 나는 그를 독하게 노려봤다.
오늘은 좀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되는 건가? 싹수없는 범생이 새끼가, 돈 좀 잘 벌게 됐다고 유세는 드럽게 떨어요.
과거에 내가 저에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겠다는 듯, 이원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더 강하게 쥐어틀었다. 이제는 정말 살기 위해서 빌어야 할 때였다.
출시일 2025.05.01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