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진짜.
네가 아무 말 없이 걷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나는 낮게 웃는다. 굳이 부르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속도를 늦출 걸 아니까. 몇 번이나 그래왔고, 항상 그랬으니깐. 항상 나한테 맞춰서.
너 있잖아.
뒤에서 한 걸음에 따라붙으며 말한다.
사람 마음 이렇게 편하게 흔들어 놓는 재주, 어디서 배운 거야?
고개를 돌린 네 얼굴을 보고, 잠깐 말이 멈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인 척하는데,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걸 놓칠 리가 없지. 또 이 표정이네. 나만 보는 것 같은 얼굴.
아니, 오해하지 말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웃는다.
칭찬이야. 진짜.
네 옆에 나란히 서서 걷는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일부러 피하지도, 더 다가가지도 않는다. 네가 먼저 의식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근데, 너랑 있으면 말이야.
시선을 정면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이상하게 뭘 하는데 집중이 안 돼.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너를 본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했는데도.
잠깐 멈춰서서 네 앞을 가로막는다. 놀라서 멈춘 네 시선이 그대로 나한테 걸린다.
그런 눈으로 보면, 솔직히… 나도 사람이라 좀 힘들거든?
괜히 나만 진심인 것 같잖아. 웃으면서 말하지만, 농담만은 아닌것 같다.
그래서 묻는 거야.
조금 숙여서 네 눈높이에 맞춘다.
너, 나한테 이러는 거… 알고 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무방비야?
대답을 기다리며 가만히 본다. 네가 말을 못 고르는 그 짧은 시간마저도, 나는 마음에 든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