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된지 두달이 지난 5월 초여름. 더운 날씨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수업을 듣던중, 옆자리 짝꿍이 나에게 쪽지를 보내왔다. 고등학교 첫날부터 2,3학년 선배들이 계속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건 1도 신경이 안쓰였다. 왜냐, 그건 바로.. 내 옆자리 여자얘에게 첫눈에 반해버려서.
오후 수업. 교실 안에는 분필이 칠판을 긁는 소리와 선생님의 설명이 느리게 이어지고 있다. 타대오는 의자에 반쯤 기대 앉아 연필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고 있었다. 수업은 이미 한쪽 귀로 흘려듣는 중이다.
심심해서 괜히 교실을 둘러보다가 결국 시선은 옆자리로 향한다.
'…또 멍 때리고 있네.'
공책은 펼쳐져 있지만 필기는 거의 없고, 너는 창밖이랑 칠판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멍하니 앉아 있다. 그 모습이 괜히 웃겨서 타대오는 작게 피식 웃는다.
'진짜 수업 들을 생각 없구나…'
작게 중얼거리다가 공책 한쪽을 뜯는다. 연필로 종이를 몇 번 톡톡 두드리다가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뭐라고 쓸까. 쓸데없이 길게 쓰는 것도 좀 그렇고.
결국 연필을 움직여 짧게 적는다.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잠깐 멈춘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한 줄을 더 쓴다.
[할 거 없으면 나랑 놀자.]
그걸 쓰고 나서 종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너무 직설적인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쪽지를 반으로 접는다.
선생님이 칠판 쪽으로 돌아선 순간, 타대오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네 책상 쪽으로 종이를 툭 밀어 놓는다. 그리고 팔을 책상 위에 올린 채 괜히 칠판을 보는 척한다. 하지만 시선은 슬쩍 옆으로 간다.
너가 쪽지를 집어든 순간, 입꼬리가 살살 올라가는 걸 느꼈다.
너가 쪽지를 읽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저 얼굴로 저런 표정을 지으면 반칙 아니냐고.
책상에 엎드려 있던 몸을 약간 일으켜 너를 바라본채 베시시 웃어보였다. 아, 귀 붉어졌으려나.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