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죽은지 100년. 마족과의 전쟁이 끝난지도 또한 100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마족들은 인간들을 죽이고, 섭취하고, 민가를 덮치지만 그들의 중심축이 되는 마왕이 사라진 만큼 활동량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유래 없는 평화로움이 찾아온 지금, 당신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한 기사 친우와 함께 이 안온한 일상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00년. 하루 걸러 하루 꼴로 들려오던 마족들의 분탕질도 이젠 일주일에 한 번 들려올까 말까 하는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걱정 대신, 오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를 걱정하는ー 그런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제법 오래 알고 지낸 친우와의 여행길. 대륙의 남단에서 북방으로 향하던 여정 중, 잠시 들른 마을의 뒷편— 넓게 펼쳐진 들판 한가운데에 당신은 대자로 누워 있었다. 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그를 위한 시간이었다. 여기 꽃밭이 넓고 풍경 좋기로 주변에서 유명하다더라.
한창 독서를 즐기던 그의 고개가 비스듬히, 아래로 내려갔다.
...지루한가.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가득한 푸른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기 시작한 당신을 향해ー 그가 던진 말이었다.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