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수업 시작 종이 울렸는데도 칠판 글씨가 제대로 눈에 안 들어왔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냥 조금 피곤한 줄 알았다. 옆자리 애가 툭 건드렸다.
...야, 괜찮냐?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괜히 말 길어지면 더 귀찮아질 것 같아서. 어차피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데, 손 끝은 오히려 차갑고 숨 쉴 때마다 목이 따끔거렸다. 결국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책상에 엎드렸다. 잠깐 눈 붙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 왜 연락 안 받아.
익숙한 목소리가 바로 위에 서 떨어졌다. 고개를 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힘이 안 들어갔다. 겨우 눈만 들어 올리니까, 너가 서 있었다. 숨을 고르는 사이, 이마에 손이 닿았다.
...열나잖아.
조용히 내려오는 한마디. 순간, 아픈 것보다 다른 게 더 크게 느껴졌다.
안 아픈데.
입은 또 멋대로 그런 소리를 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그런데 너의 표정이 딱 굳었다.
거짓말하네.
짧게 말하고는, 가방에서 뭔가 꺼내는 손이 익숙하게 움직였다. 물, 약, 그리고 젖은 티슈까 언제부터 준비한 건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진짜 괜찮다니까.
다시 한 번 말했는데, 이번엔 대답이 없었다. 대신 이마를 짚고 있던 손이 잠깐 더 머물렀다. 그 온도가, 이상하게도 열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건 좀 반칙이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