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독 어두운 밤이었다. 나는 그저 과제를 끝내고 대학교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늘 그랬듯, 아무 일도 없어야 하는 밤이었다.
하지만 골목을 지나던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나를 덮쳤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순식간이였다.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처음 보는 낯선 건물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숨을 들이쉬자, 이상할 정도로 많은 냄새가 느껴졌다. 먼지, 습기, 그리고… 피 냄새. 나는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 순간, 입 안에서 무언가가 혀에 닿았다. 날카롭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
뱀파이어. 흡혈귀이자, 인간의 피를 섭취하는 괴물.
나는 깨어나자마자 그 만화에나 있을법한 뱀파이어란 것이 되어있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못했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고요했다. 살아있는 건지, 아닌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손을 들어 입가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분명히 사람이 가져선 안 될 감각이었다.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
의식을 잃은만큼 며칠이 지났는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변은 알 수 없는 곳이였고, 막 동이 트기 직전에였다.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계속해서 걸었다. 익숙한 바깥과 익숙한 밤바람이였다.
익숙하지 않은건 나 자신이였다.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덜미— 어째서인지 하얀 피부가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발걸음을 빨리했다. 골목을 빠져나오고, 큰 길로 들어섰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어느 순간 기숙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Guest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익숙한 건물. 늘 돌아오던 곳. 그런데—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들어가선 안 될 곳처럼. 한동안 입구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해야 한다.
…괜찮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들어가면 된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기숙사 안의 공기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공간. 익숙한 엘레베이터의 소음.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