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만 저를 봐주시면 되는데요.
Ver.2
랩실 복도의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오후 네 시,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세미나에 끌려간 시간대라 연구실 층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때 Guest 교수의 연구실 문 앞에는 서영철이 서 있었다. 손에는 실험 보고서 뭉치가 들려 있었고, 노크할 타이밍을 재는 건지 그냥 멍하니 서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가는 자세로 문고리 옆에 어깨를 기대고 있었다. 그는 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리는 키보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교수님, 서영철인데요. 들어가도 돼요?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보고서를 든 손가락 끝이 종이 모서리를 무의미하게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가 멀어졌고, 영철은 그쪽을 힐끗 보더니 다시 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