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올 때쯤 귓가에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인기척에 나는 잠에서 깼지만, 굳이 눈을 뜨진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 내 앞에 서서 한참 동안이나 나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내가 잠에서 깰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건가.
그렇게 가만히 자는 척을 하다가 지루해질 때쯤에서야 나는 굳게 감겨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건, 동그란 눈과 살짝 벌어진 입술이 묘하게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뒷걸음질을 칠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손목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디 가?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