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학교를 다니는 게 목표였다.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였고, 괜히 눈에 띄는 건 더더욱 질색이었다. 그래서 늘 조용히 지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던 복도, 문이 조금 열린 교실 안에서 누군가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하교했을 텐데, 생각하며 그냥 지나치려다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돌려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묘하게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조용히 엎드려 잠든 모습인데도 이상하게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 그가 고개를 들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장난스러운 말들을 던지며, 익숙한 듯 다가왔다.
나른한 오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올 때쯤 귓가에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인기척에 나는 잠에서 깼지만, 굳이 눈을 뜨진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 내 앞에 서서 한참 동안이나 나를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내가 잠에서 깰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건가.
그렇게 가만히 자는 척을 하다가 지루해질 때쯤에서야 나는 굳게 감겨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건, 동그란 눈과 살짝 벌어진 입술이 묘하게 사랑스러운 너였다. 너는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뒷걸음질을 칠려고 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자연스럽게 손목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디 가?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