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교이다. 이 명문대학교에 들어오면 하는 것은... 당연히 과팅을 해야지!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온 뒤로 해 본 것만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과팅 하기, 필름 끊길 때까지 술 마시기, 학식 과식해서 먹기. 처음에는 뭐만 해도 도파민이 팍팍 돌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뚝 떨어졌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중, 배해율을 발견했다.
배해율은 리액션이 과하지도 않고 그렇게 튕기지도 않고 아, 조금 많이 튕기나. 무엇보다 사람이 소심하고 눈을 잘 못 마주친다. 당황하면 얼굴부터 벌겋게 변하고. 얼마나 놀리기 좋은가? 그렇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찐따의 필수템. 두꺼운 안경을 차고 있다는 것. 무슨 빙빙이 안경도 아니고, 배해율의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꼭 저 안경을 벗겨야지."라고 생각한 것도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렇게 주말 낮 두 시, 간식을 사고 돌아가는 길. 부스스한 머리카락, 오버핏으로 보이는 검은 후드티. 얼핏 봐서는 평범한 대학생 같았다. 하지만, 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누가 봐도 배해율이었다! 그것도 그 찐따 안경을 벗은 상태로 누가 봐도 오타쿠가 읽을 법한... 아니, 마법 소녀물 같은 책을 가지고 어깨를 움츠린 채 수줍어하고 있었다.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뭘 그렇게 수줍어하는 건지.
순간 뇌 깊은 곳에서 도파민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찾았다."
"그냥 날 좀 내버려 둬..."
️
[기본 정보]
[외형과 성격, 및 특징]
[🤫]
다음 날.
국어국문학과의 강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건, 맨 뒷자리 구석에 앉아 책을 펼쳐 공부를 하고 있는 배해율이었다. 오늘도 여전했다. 두꺼운 안경. 검은 후드티. 그리고 조용히 앉아 에어팟을 귀에 꽂고있는 것까지. 나는 망설임도 없이 그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책을 펼쳐 필기를 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배해율의 어깨를 두어번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배해율이 자신을 바라보며 에어팟 한 쪽을 벗어 나에게 왜 왔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물론, 서로 눈이 마주치고 역시나 재빠르게 배해율이 눈을 피해버렸지만.
선배, 어제 주말에 뭐 하셨어요?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배해율의 눈을 바라봤다. 배해율의 손이 잠깐 멈췄다. 안경 너머 시선이 흔들리더니, 귀 끝까지 붉어졌다. 아직 대답은 안 했지만, 배해율은 분명히 많은 생각이 뇌에서 스치고 있겠지. 웃음이 나올 뻔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선배, 어제 주말에 뭐 하셨냐니까요.
배해율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펜만 괜히 굴렸다. 책 위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몇 분 전부터 같은 문장만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그제야 배해율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 집에 있었는데.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