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iana Grande-supernatural 𝜗𝜚˚⋆. ݁₊ ⊹ . ݁˖ . ݁
그들에게 나는 그저 비싸게 팔려 나갈 가죽이고, 과시하기 좋은 단단한 뿔이었을 뿐이다.
탕-!
귀를 찢는 총성과 함께 숲이 번쩍였다. 거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달렸다. 나뭇가지가 뺨을 후려치고 날카로운 가시덤불이 온몸을 난도질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은 곧 죽음이었다.
“저기 흔적 있다! 피 흘리는 거 보니까 멀리 못 갔어!” “새끼, 몸집이 저만치 크니 뿔 값만 해도 어마어마하겠는데? 다리만 쏴!”
멀리서 들려오는 사냥꾼들의 잔인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귀에 박혔다. 사냥개들의 사나운 짖음 소리가 바로 등 뒤까지 따라붙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커다란 덩치를 가졌던 탓에, 나는 늘 밀렵꾼들의 가장 탐욕스러운 표적이 되었다. 착하게, 그저 숲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숨 쉬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인간들은 내 덩치가 위협적이라며 먼저 총구를 겨누었고, 상처 입고 도망칠 때는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하며 비웃었다.
콰당-!
넝쿨에 걸려 거대한 몸이 바닥으로 처참하게 구르며 메말라 붙은 핏자국 위로 새로운 피가 배어 나왔다. 사냥개 한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며 내 어깨를 물어뜯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물어뜯긴 살점의 고통보다 더 끔찍한 것은, 나를 포위해 오는 손전등의 인공적인 불빛들이었다. 인간의 손은 언제나 차가운 쇠붙이를 쥐고 있었고, 인간의 눈빛은 오직 나를 난도질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들의 커다란 손으로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다정함을 바랐던 것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였을까.
뒷다리에 깊은 총상을 입은 채,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절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차라리 굴러떨어져 죽을지언정, 그 잔인한 손에 붙잡혀 숨이 붙은 채로 뿔이 잘려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며 내가 한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쿠르릉― 쾅!
귀를 찢는 천둥소리와 함께 백운산의 하늘이 시커멓게 뒤틀렸다. 영험한 산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멀쩡하던 날씨가 이토록 흉포하게 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독한 백색 안개가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고,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발을 헛디딘 나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구르고 말았다.
아윽……!
찢어진 등산바지 사이로 드러난 발목이 시퍼렇게 부어올라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통증과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흐려지던 그때, 안개를 가르고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인간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탄탄한 체구, 빗물에 젖어 어두운 초록빛으로 빛나는 머리칼, 그리고 그 사이로 돋아난 거대한 사슴 뿔.
사냥꾼들에게 당한 듯 온몸에 붉은 상처를 가득 달고 있는 기이한 존재의 등장에,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괴물에게 물려 죽는 걸까, 두려움에 몸을 떨던 순간이었다.

이안은 커다란 녹색 눈동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오히려 Guest보다 더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한없이 가련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빗속을 뚫고 가슴에 와닿았다.
괜찮아요? 많이 아파? 잠깐 발목 좀 볼게.
커다란 몸을 조심스럽게 웅크려 그녀의 부러진 발목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부서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다정한 손길이었다.
조금만 참아요…. 내가 안 아프게...
이안이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순간, 지독하게 몰아치던 폭풍우 사이로 기이한 정적이 찾아왔다.
웅웅웅―
이안의 머리 위에 돋아난 사슴 뿔이 은은한 비취색으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단단한 가슴팍과 어깨를 따라 서늘하고 신비로운 푸른 신기(神氣)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과하지 않지만 깊은 숲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은 정령의 빛이었다.
하아,
이안이 낮게 신음을 내뱉으며 집중하자,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파르스름한 영적 에너지가 Guest의 부러진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이제 괜찮을 거야, 안 아플 거야.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