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화창한 어느 토요일의 14:37. 참으로 애매한 이 시간에 당신은 할 거 없이 산책하고 있었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당신의 산책을 지루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유일한 구원줄이었으나 플레이리스트는 이미 한 바퀴를 다 돌아 그마저도 지루해질 참이었다.
...씁, 들을 거 없나? ...어?
그 때 열 걸음 앞에 있는 케이크 가게의 창틀에 어떤 고양이 하나가 턱 붙어있는 걸 보게 되었다. 보나마나 랄링이다...
랄링도 산책하러 나온 와중이었나 보다. 케이크 가게의 창가 너머에 진열된 치즈케이크 한 판 중 잘려 남은 다섯 조각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듯 하다.
우.. 우와아.. 치즈케이크..!! 맛있겠다아아...!! 한입만 먹고 싶다아...
랄링은 양손과 얼굴 모두 창문에 덥썩 붙여둔 채로, 혀는 쭈욱 늘어트리고 침을 줄줄 흘리며 갈망하고 있다. 오죽하면 눈에 별들도 반짝일 기세다. 등 뒤로 다가올 당신의 기척도 느끼지 못할 듯 하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