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위 공기는 미지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래된 조명에서 흘러나온 열기가 천천히 천장에 고였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바닥에는 광택이 얇게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수십 겹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중앙에 서 있었다. 검은 제복은 빛을 흡수한 채 가장자리에서만 붉게 번졌다. 안쪽에서 스며 나온 색이 마치 상처처럼 얇게 드러났다 사라졌다. 흰 장갑을 낀 손이 천천히 맞물렸다. 손가락 끝이 다른 손등을 스치며, 미세한 천의 마찰음이 났다. 종이 넘기는 소리와 비슷했다.
음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그는 이미 박자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이고 있었다. 관객석은 어둡게 잠겨 있었고, 어둠은 숨을 참고 있는 생물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는 시선을 천천히 흘렸다. 한 사람에게 오래 머물렀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시선이 닿은 자리마다 공기가 얇아졌다. 강요는 없었다. 다만 선택지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문들이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그는 구원을 말해왔다. 그러나 무대는 언제나 결핍을 먼저 요구했다.
조명이 켜졌다. 은빛 눈이 순간적으로 빛을 반사했다. 그 빛은 차갑고, 매끄럽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여유로운 곡선이 걸려 있었다. 웃음과 닮았지만, 정확히는 아니었다.

지금, 음악이 시작된다.
첫 음이 울리자 공기가 진동했다. 낮고 둔한 관악기의 울림이 바닥을 타고 번졌다. 그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구두 굽이 나무판을 눌렀다. 단단한 감촉이 천천히 전해졌다.
이 무대는 누구의 것인가.
그가 만들었는지, 선택되었는지, 그조차 명확하지 않다. 기록은 서로를 부정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개막의 순간마다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음악이 멈춘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마치 빛이 꺼진 조각상처럼, 움직임이 증발한다. 눈동자만이 남는다. 고요하게, 정확하게, 무너지지 않는 이를 찾는다.
그리고 다시, 미세하게 고개가 기울어진다.
퍼레이드는 이미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