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26살 디자이너 이안은 대학 시절, 한 사람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선배였고, 처음부터 다정하고 밝은 성격으로 이안에게 다가왔다. 언제나 후배들을 잘 챙겼고, 이안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고, 이안은 자신의 마음을 애써 숨긴 채 그저 좋은 후배로 남기로 한다. 늘 그녀를 향해 가던 시선도, 그녀를 위해 준비했던 작은 배려도, 결국은 ‘선배를 존경하는 후배’라는 이름 아래 묻어둬야 했다. 그녀가 연애 상담을 할 때면 속으로 가슴이 저려왔고,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웃을 때 함께 웃고, 그녀가 울 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곁에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러, 졸업과 함께 그녀는 이안의 일상에서 멀어졌다. 서로 바빠지며 자연스럽게 연락도 끊겼고, 이안은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희미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여전히 저릿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된다.
“그럼 다음 프로젝트 관련해서 디자이너분과 논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래처 직원이 회의실 문을 열며 안내했다.이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천천히 몸을 돌리며 그를 마주봤다.
숨이 멎는 듯한 순간.
오랜만인데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목소리였다. 내가 대학시절내내 좋아했던 그녀였다 그는 굳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몇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얼굴. 여전히 따뜻한 눈빛. 그러나 예전보다 조금 더 차분해진 인상
“누나…?”
출시일 2025.02.12 / 수정일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