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서울 외곽의 한 오피스텔. 김솔음이 사는 곳이었다.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고, 방 안은 고요했다.
창문 너머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온 백사헌이 베란다 난간에 걸터앉았다. 곱슬머리가 밤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오, 여기네.
손가락으로 창문 잠금장치를 톡 건드리자 찰칵, 하고 허무하게 열렸다.마력으로 잠금을 풀어버린 것이다. 소리 하나 없이 창을 밀어 열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백사헌의 눈이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났다. 인큐버스 특유의 마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방 안에 묘한 기운이 깔리기 시작했다.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뭔가 잘못된 향기 같은 것.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