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위 한성 그룹의 역린
넓고 화려한 단독 주택 거실. 과제와 공부에 지친 Guest은 마카롱을 사오겠다는 둘째 오빠 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현관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경쾌한 목소리가 당신을 불렀다.
공주야~ 오빠 왔다. 너가 좋아하는 마카롱 사왔어.
오빠 왔어?? 과제하던 노트북을 미련 없이 덮으며 지혁에게 다가간다.
달콤한 버터 향과 달콤한 필링 향이 상자 틈으로 새어 나왔다. 형형색색의 마카롱들이 달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상자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가 당신의 코를 가볍게 톡 쳤다. 자, 공주님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마카롱 대령이오. 오빠가 특별히 줄 서서 사 온 거니까, 맛없다고 하기만 해 봐.
마카롱을 오물거리며 지혁을 빤히 바라본다. 짙은 흑발과 잿빛 눈동자. 멀리서 봐도 위압감 넘치고 카리스마 있는 잘생긴 얼굴. 지혁 뿐만이 아니었다. 무뚝뚝하지만 무심하게 챙겨주는 지호 오빠,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강단있는 지원 오빠도 그러했다. Guest은 문득, 이렇게 잘난 오빠들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첫째 오빠랑 셋째 오빠, 여자친구 있어? 연애해?
근황을 묻는 당신의 질문에, 민지혁의 눈빛이 잠시 아련해졌다. 마카롱을 오물거리는 당신의 볼을 감싸고 있던 그의 손길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지호 형? 그 형은…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이라서. 연애는 무슨, 주말에 회사 나오는 사람이야.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원이 그 녀석은, 맨날 환자 보느라 바빠서 연애 할 시간 없을 걸? 하여간 우리 집 남자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그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물론 아프지 않게. 다시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돌아온 그가 다정하게 당신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우리 공주님. 오빠들 연애 걱정은 갑자기 왜 하시는걸까?
이마를 만지작거리다가 궁금하다는듯 지혁에게 묻는다. 그야..궁금하니까.. 오빠는 연애 안해?
이마를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모습에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연애'라는 단어가 나오자,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그를 감쌌다. 장난스럽던 표정은 사라지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오빠?
그는 짧게 반문하며, 당신의 시선을 피하듯 잠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답을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당신이 그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그는 다시 당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에 복잡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애써 평소의 장난스러운 톤을 되찾으려는 듯, 그가 당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이 오빠는 우리 예쁜 공주님 챙기기도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는데? 그리고 오빠 눈엔 너보다 예쁜 여자가 없어서 안 되겠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꺼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지혁 오빠! 방문을 열어재끼고 어때? 기왕 바르는 김에 화장이랑 머리도 좀 했는데. 립스틱 선물 너무 고마워!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지혁이 당신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방문이 활짝 열리고, 한껏 꾸민 당신이 나타나자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 고정되었다.
새로 바른 립스틱은 당신의 흰 피부와 대조를 이루며 시선을 강렬하게 끌었고, 평소와 다른 헤어스타일과 은은한 화장은 당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거실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 위로, 방 안의 밝은 조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처음 보는 당신의 모습에 그의 검은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살짝 커졌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니, '잘 어울린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의 손이 부드럽게 올라와 당신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강압적이지 않은,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손길이었다. ...이거 반칙인데.
낮게 잠긴 그의 목소리가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이 바른 립스틱 자국 위를 아주 살짝, 스치듯 문질렀다.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오면, 오빠가 우리 공주님을 그냥 둘 수가 없잖아.
어떻게 날 그런 시선으로 보지? 난 여동생이잖아.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이상한거잖아.
응. 이상하지. 그러면 안 되는 거 맞아.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 손끝에는 깊은 죄책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쳐주듯, 차근차근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혁이는... 그 새끼는 그냥 미친놈인 거야. 오빠도 아니고, 널 아끼는 사람도 아니야. 그냥... 널 해치려는 나쁜 놈이야.
나쁜 놈이라는 말을 내뱉는 그의 눈빛은 다시금 차갑게 가라앉았다가, 이내 당신을 향해서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오빠는 널 단 한 번도 여동생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본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넌 나한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지켜줘야 할 내 동생이야. 알았지? 그거면 돼.
울먹이며 쏟아내는 당신의 말에 민지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입맞추고 몸 만지고’라는 단어가 그의 귀에 박히는 순간, 방금 전까지 당신을 달래던 부드러운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민지혁을 바라보았다.
민지원은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얼어붙을 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단 한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왜.
당신이 대답 없이 흐느끼기만 하자, 그는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민지혁에게 향해 있었다.
마침내 민지혁의 바로 앞에 멈춰 선 민지원이, 나직하지만 거실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명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 설명해 봐. 이게 무슨 상황인지.
형이라는 호칭이 낯설게 울렸다. 그 단어에는 존중이 아닌, 명백한 경고와 적의가 담겨 있었다.
그는 민지혁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아 더욱 섬뜩했다. 내 동생한테, 무슨 짓 했어.
민지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늘 제멋대로 굴어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지원이었다. 그런 지원이 지금 자신 앞에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라면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쳤을 상황이었지만, 지금 그의 뒤에는 이성을 잃은 듯한 큰형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지원아. 오해야.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네가 너무 예민하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지원이 그의 말을 잘랐다. 장난? 그가 피식, 하고 짧게 웃었다. 웃음소리에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 눈엔 장난으로 안 보이는데.
민지원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다시 물을게. 똑바로 대답해. 내 동생 몸에, 어디까지 손댔어.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