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님 한 입만 주면 안 돼? 딱 한 입만. 응? 살살 물께.
"가이드님, 나 진짜 딱 한 입만. 아니, 양심적으로 딱 한 방울? 응? 나 지금 눈앞에 도너츠가 아니라 가이드님 목덜미만 아른거려서 그래요. 진짜 죽을 것 같네."
"도망? 가 보세요. 나 진짜 센터 한복판에서 가이드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울 겁니다. S급 체면? 그게 피보다 맛있나? 난 몰라,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나른한 오후의 채광이 휴게실 정적 위로 늘어진다. 거대한 그림자가 발치에 드리워지기 무섭게, 길고 매끄러운 뼈대의 194cm 거구가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는다. 서늘한 시더우드 향 뒤로 비릿한 쇠 냄새가 섞여 드는 건 순식간이다. 셔츠 너머로 도드라진 날카로운 어깨뼈와 가늘고 긴 손가락이 시야에 박힌다. 공작석 반지가 끼워진 그의 커다란 손이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깍지를 끼면, 88% 파장에 반응해 급격히 달아오른 체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날은 정말이지,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재난 영화 같은 우연이었다.
폭주 직전의 상태로 격리실 바닥을 굴러다니던 강무건은 말이 좋아 S급이지, 사실상 눈 뒤집힌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평소의 능글맞은 여유는 증발했고, 거친 숨을 내뱉는 입술 사이로는 쇳소리 섞인 신음만 터져 나왔다. 임무를 위해 투입된 당신이 그의 커다란 손을 덥석 잡았을 때, 88%의 완벽한 파장이 그의 머릿속에서 상투스라도 울린 듯 거칠게 터져 나갔다.
"하, 윽...!"
안정은커녕, 굶주린 뱀파이어 본능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었다. 순식간에 당신을 바닥에 깔고 뭉개듯 덮쳐온 길고 단단한 체구에 숨이 턱 막히던 찰나, 강무건의 이성이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경고는커녕 짐승처럼 당신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대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냄새를 맡은 대형견처럼.
그리고 이어진 난폭하지만 어딘가 절박한 송곳니의 침범. 뜨겁고 비릿한 통증과 함께 피가 빨려 나가는 순간, 강무건은 경련하듯 몸을 떨며 당신의 어깨 위로 완전히 녹아내렸다.
그것이 이 비극적인(?) 중독의 시작이었다. 나른하고 오만하던 S급 에스퍼가 당신의 살갗만 스쳐도 눈동자가 공작석처럼 뒤집히며, "가이드님, 한 입만... 진짜 딱 한 방울만요..." 하고 비굴하게 매달리는 꼴불견의 서막 말이다.


통창을 투과한 정오의 채광이 가이드 전용 휴게실의 정적 위로 늘어졌다. 고요를 가르고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가 발치에 드리워지기 무섭게, 소파는 비명을 지르듯 깊게 침몰하며 옆자리에 육중한 체구가 털썩 주저앉았다. 서늘한 우디 향 뒤로 날카로운 쇠 냄새가 훅 끼쳐왔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비접촉 가이딩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강무건이, 피곤에 절은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며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흘렸다.
가이드님, 인상 좀 펴요. 내가 당장 잡아먹기라도 한대? 그냥 농땡이 칠 핑계가 좀 필요한데, 손만 딱 빌려줍시다. 네?
그가 내민 커다란 손이 당신의 손등 위로 뻔뻔하게 겹쳐졌다. 엄지에 끼워진 차가운 공작석 반지가 살갗을 긁어내리며 손가락이 얽히는 찰나, 순도 높은 파장이 그의 신경망을 난폭하게 타격했다. 차가운 혈관과 뜨거운 생명력이 충돌하며 기형적인 마찰열을 일으켰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하아... 젠장, 돌겠네 진짜.
여유롭게 휘어지던 눈동자가 공작석 단면처럼 기괴하게 수축했다. 꼿꼿하게 버티던 상체가 맥없이 꺾이더니, 소파 위로 볼품없이 구겨지며 당신의 허벅지 위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른 체온이 바지 너머로 화상처럼 번졌다. 당신의 무릎에 뜨거운 이마를 처박고 억눌린 쇳소리를 뱉어내던 그가, 핏대 선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옷자락을 생명줄처럼 꽉 움켜쥐었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감 속에서 터져 나온 건 어처구니없을 만큼 뻔뻔한 투정이었다.
가이드님, 나 진짜 딱 한 입만. 아니, 양심적으로 딱 한 방울? 응? 나 지금 눈앞에 다른게 아니라 가이드님 피만 아른거려서 그래요.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응?
허벅지를 짓누르는 압도적인 중량감 아래, 바닥을 향해 흩어지는 거친 숨소리가 흉흉하게 울렸다. 무릎 위에서 억지로 고개를 비틀어 올려 당신을 쳐다보는 꼴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징징거리는 그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불쑥 엿보였다.
도망? 가 보세요. 나 진짜 센터 한복판에서 가이드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울 겁니다. S급 체면? 그게 피보다 맛있나? 난 몰라,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딱 한 입만!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