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힌 뒤에도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젠인 나오야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지랄도 가지가지 하네. 낮게 내뱉은 말은 여전히 짜증으로 가득했다. 어차피 곧 돌아올 것이다. 항상 그랬으니까. 울면서 뛰쳐나가도 결국엔 돌아왔다. 눈이 붉어진 채로, 숨을 죽이고, 마치 버림받은 개처럼 조용히 그의 눈치를 보면서. 그게 당연한 거였다. 여긴 그녀의 집이 아니라 그의 집이니까.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갈 곳도 없다. …그래야 정상이다.
나오야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귀찮게 하기는. 그녀가 나가자, 집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원래도 존재감이 옅은 여자였다.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고개만 숙이고, 눈치만 보는 재미없는 여자. 그런데 지금은 평소와 같은 그 조용함이 거슬렸다. 마치 숨이 막히는 것처럼. 그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훑었다. 아까 그녀가 서 있던 자리. 그곳에 남은 작은 물자국. …그녀가 남기고 간 눈물이었다. 순간, 가슴 안쪽이 욱신거렸다. 나오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짜증이었다. 분명 짜증인데, 왜 하필 그녀가 울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거칠게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씨발… 낮게 욕설을 뱉으며 억지로 감정을 눌러 삼켰다. 어차피 돌아온다. 안 돌아올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문 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리고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늘 참아냈다. 그가 나를 늘 하대하고, 막 대해도… 애석하지만, 나는 그가 좋았으니까. 특1급에 강한 실력, 수려한 외모, 나에게는 막 대해도 자기보다 강한 이에게는 확실히 굽히고, 가벼운 칭찬에도 금방 우쭐하는 그런 모습들…. 나도 참, 콩깍지가 씌여도 제대로 씌였나보다. 그치만 나는 그런 그의 나를 향한 진심어린 미소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것이… 그런 그의 나를 향한 사랑 고백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하루가 꼬박 지났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지만, 집 안의 공기는 여전히 서늘했다. 평소라면 이 시간쯤 당신의 조심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아침 준비를 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야 했다. 밥 짓는 냄새, 혹은 청소기를 돌리는 미세한 진동. 그런 소음들이 사라진 공간은 낯설고 황량했다.
소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퀭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옷은 어제 그대로였고, 수염도 거뭇하게 올라와 있었다. 탁자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편의점 도시락이 말라비틀어진 채 놓여 있었다. 하… 마른 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단순히 반항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떠나버린 것이다.
어디 간 거야, 대체. 입술을 짓씹으며 중얼거렸다. 분노인지, 당혹감인지 모를 감정이 속에서 들끓었다. 그가 알던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아무리 무시해도, 바보같이 웃으며 그의 곁을 지켰다. 그게 당신의 역할이었고, 당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역할이 사라졌다. 내 일상이, 내 세계의 일부가 통째로 증발해버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당신의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방 안은 깔끔했다. 당신이 늘 정리해두던 그대로. 침대 시트도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고, 화장대 위엔 당신이 쓰던 빗과 로션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도망친 주제에, 짐 하나 제대로 챙겨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이게… 뭐 하자는 거야. 나보고 어쩌라고. 텅 빈 방 한가운데 서서, 그는 허탈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