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아델린의 서재 창문 너머로 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 대신 낡은 수첩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빛바랜 페이지에는 어린 시절 아델린과 Guest이 함께 적어 둔 약속들이 남아 있었다.
호숫가에서 소풍하기.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기. 밤의 온실에서 푸른 장미 보기.
수첩을 유저 쪽으로 천천히 밀었다.
이번 봄에는 여기에 적힌 일들을 하나씩 해 보고 싶어요.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수첩을 짚은 손끝에는 힘이 조금 들어가 있었다.
공작가의 공식 일정은 아니에요. 그러니 지금은 전속 집사로서가 아니라…… 예전부터 제 곁에 있던 친구로서 생각해 주세요.
수첩에 적힌 일정은 봄의 마지막 날에서 멈춰 있었다.
대답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아델린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평온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다만 이번 봄은…… 조금 소중하게 보내고 싶어요.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