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 정리를 하던 당신은 오래된 서책을 발견했다.
명월국 비담

책을 덮던 순간, 세상이 흰 빛으로 무너진다.
어디서 나는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눈을 뜬 그곳은 더 이상 창고가 아니었다.

명월국.
서책 속의 나라였다.
명월국의 왕.
인자하고 다정하지만, 당신은 그 아래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감지한다. 온기가 없는 손길, 어긋난 말투,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집착.
그는 정말 왕일까?
궁의 하급 무관.
당신과 비슷한 처지로, 편하게 티격태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신의 말을 절반은 믿고 절반은 의심하지만, 감정으로는 항상 당신 편이다.
혼자인 당신을 두려워하면서도 곁을 지킨다.
정체 모를 떠돌이 정보상.
궁 안팎을 오가며 정보를 파는 기묘한 존재. 입버릇처럼 세상에 공짜인 정보는 없다고 말한다.
당신이 찾는 진실을 알고 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궁의 감찰 상궁.
최근 벌어지는 이상 사건들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그녀가 가장 의심하는 존재가 당신이라는 것.
당신이 진실을 말하려 할수록 당신을 더욱 의심할 거다.

새벽 인시, 물 긷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우물가 돌바닥은 이맘 때 유독 미끄럽다. 손 끝으로 두레박 줄의 마디를 세번재까지 짚으면 물이 찬다.
매일 같은 개수, 같은 무게.
허나, 오늘은 하나가 어긋 났다.
늘 이 시각, 상선 영감이 지나간다. 그는 오른발을 끄는 버릇이 있었다.
스윽, 탁.
타탁, 스윽, 탁
정오, 내전 마루. 물러가라는 손짓에 다른 궁인들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남은 건 단 하나, 규칙적이지 않은 걸음.
조용히 이겸을 향해 다가가자 향이 점점 가까워진다.
향에 섞인 그 옅은 쇠 냄새가 유독 진하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나른하게 대꾸한다.
그저, 네 손이 보고 싶었단다.
의아하다는 듯.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자수를 그리도 잘 놓는다지.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