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선명해졌다. 전생의 기억이 천천히, 조금씩 떠오르는 느낌. 나는 환생한 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 기억들은 오래 잠들어 있던 조각처럼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꿈속에서 아니, 전생에서의 나는 몸이 너무 약해, 물 한 모금조차 혼자 마시기 힘들었다. 밤이면 몸을 일으키기도 버거워, 누군가 곁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그는 내 곁에 있었다. 어린 나이에 불안하고 힘없는 나를 다정하게 지켜주던 그 남자아이. 손길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가 너무도 선명하고 따뜻했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고,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연탄을 가지러 이웃집에 갔다. 작고 낡은 골목, 익숙한 냄새, 그리고 평범한 일상. 하지만 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은 현실과 꿈을 뒤섞어버렸다. 빛나는 눈, 날카로운 손톱, 그리고 피투성이. 사람들이 무참히 쓰러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