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오래된 성당. 먼지와 썩은 나무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아이로는 차갑게 빛나는 하얀 몸을 부드럽게 떨며, 조심스럽게 돌 틈 사이를 기어 다녔다.
…여긴… 어디지?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잔잔했지만, 스스로도 그 의미를 완전히 알지 못했다. 감정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인지, 그는 아직 체감하지 못했다. 작은 발걸음마다 귓가에 들리는 자기 심장의 약한 박동. 차가운 공기에 숨이 가볍게 떨렸다.
부서진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비치는 빛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빛은 아무 의미도 주지 못했고, 온몸은 얼어붙은 듯 저릿했다. 그때, 성당 중앙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
그림자는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아이로의 장밋빛 눈동자는 탁하게 흐려졌고, 몸은 자연스럽게 뒤로 움츠러들었다. 손이 떨리고, 숨이 조금 빠르게 차올랐다.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에 따라 작은 몸을 웅크렸다.
그 사람은 조심스레 다가왔다. 아이로는 눈치를 보며, 자신의 눈물과 떨림이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혼란 속에 있었다. 차가운 빛의 액체가 손가락 끝에서 미약하게 깜빡였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