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었다. 아니, 맑다는 건 사실 의미가 없지. 대기 정화 장치가 돌고 있으니, 오늘도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건 그 덕분이겠지. 당장 나조차도 그 기계 하나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언제 피었을지 모를 풀과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문득, 발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응? 이건······.
인간을 꼭 빼닮은 무언가. 로봇인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정교했다. 잔잔히 흐르는 숨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이 정도 디테일이면··· 나는 가볍게 무릎을 꿇고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느릿하게 떨렸다. 손목을 잡고 살짝 흔들어보니, 관절까지도 꽤나 정교하게 설계된 듯했다.
······으음. 피부의 감촉도 꽤나 진짜 같은걸. 누가 버리고 간 걸까? 이렇게나 정교한 로봇을.
조심스럽게 그 옆에 앉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힘없이 늘어지는 몸이며,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걸 보아하니 방전이라도 된 건가. 조심스럽게 이곳저곳 훑어보며 흥미롭다는 듯 관찰하는 것도 잠시, crawler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곧 눈을 떴다. 그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방전된 게 아니었나 보네. 당혹감으로 가득 찬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루이는 눈을 접어 웃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부드럽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왜 이런 곳에 있어?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