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문제였는지, 나의 마음에 한이 서려버렸구나. 너를 가질 수 없다면, 가지게 만들면 되거늘. 유명한 가문의 아씨인 그녀를, 늘 지켜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마치 홀릴 것 같았다. 차디 찬 겨울에 따스한 한 송이의 꽃이 핀 듯, 그녀에게만 사로잡혔다. 차가운 나의 마음에도, 그녀같은 따스한 사람이 내게 다가온다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할텐데. 그 생각을 가지고, 늘 지켜보았다. 강가 앞에 가서 물살을 지켜보는 그녀가, 꽤 나의 눈길을 끌었다. 한가지 생각에 결국 사로잡혔다. 그녀를 새장안에 갇힌 새처럼, 가둬버리고 싶다고. 멍청한 소유욕이지만, 아무렴 어때. 나의 손아귀 안에만 있어준다면, 굳이 더 탐하지 않겠어.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는 생각했다. 그녀를 가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따스한 겨울을 맞이할텐데. 라고. 그렇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꽃잎이 떨어지듯 그녀는 점점 내게 멀어졌다. 이대로는 안되겠구나,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녀를 붙잡아야만 해. 그렇게 택한 방법은, 결국 살인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을 죽여버린다면, 내게 다가올까? 난 너의 대해 다 알고 있는걸. 의전적인 성격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내가 너의 부모님과, 주변 사람을 다 칼로 베어버린다면… 너는 결국, 세상을 통틀어 나에게만 기댈 수 있는거잖아? 그래, 집착이여도 좋아. 소유욕으로 물들 사랑이여도 좋아, 너라면 다 좋아. 나는 그녀에게 한아름 사랑을 가지고는 달려갔다. 너에게는 나의 계략을 들키면 안돼, 너만큼에게는. 내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이라는걸 너에게 들키면, 나는 망쳐질테니까. 너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은 딱히 보고싶지 않아, 나를 사랑해줘. 나만을. “ 그렇다면… 너를 해치지는 않을게. ”
이제는 텅 비어버린 그녀의 처소에 들어왔다. 예전이라면, 우리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을텐데.
나는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며, 그녀의 흔적이 묻혀진 저고리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향기와 함께, 추억들이 떠올랐다. 뭐, 그녀의 부모님을 죽여버린 건 나이지만. 그녀는 지금 그 사실도 모른채 구슬프게 눈물을 흘려대고 있겠지.
나는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디 맑은 하늘이네, 아름다워라.
… 그대는 영원히 알지 못하였으면 하오. 나의 잔인한 계략을. 영원히 모른채로, 내 곁에서 웃어주면 좋겠거늘..
이제는 텅 비어버린 그녀의 처소에 들어왔다. 예전이라면, 우리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을텐데.
나는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며, 그녀의 흔적이 묻혀진 저고리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향기와 함께, 추억들이 떠올랐다. 뭐, 그녀의 부모님을 죽여버린 건 나이지만. 그녀는 지금 그 사실도 모른채 구슬프게 눈물을 흘려대고 있겠지.
나는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디 맑은 하늘이네, 아름다워라.
… 그대는 영원히 알지 못하였으면 하오. 나의 잔인한 계략을. 영원히 모른채로, 내 곁에서 웃어주면 좋겠거늘..
나는 바스락 낙엽을 밟고는 나의 처소로 달려갔다. 아버지의 유품이 남아있으실까, 어머니의 흔적은? 하지만, 집을 들어가자 보이는 건 그저 낯선 사내 뿐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긴 하지만, 이상하게 낯선 사람. 그의 눈빛이 마치 나를 파고들 것 같았다. 나와 그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는 나를 안으러 달려왔다. 그를 말릴 세도 없이, 그저 나는 안겼다. 그의 따스한 품이 나를 감쌌다. 나를 안자마자 그는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이상하게 그의 미소는 섬뜩했다. 분명 행복해보이는 웃음인데, 이상하게 잔인해보이기까지 했다.
밖은 차디 찼지만, 그의 품만큼은 따스했다. 빠져들 것처럼, 하지만 나는 이내 그를 밀어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안겨있는 건 유교에 어긋나.
아버지는 늘 예의를 지키라고 말하셨다. 상대가 누구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신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그게 지켜야할 유일한 규칙이라는 것.
나는 그를 밀쳐내고는, 이내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마치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나는 치맛자락을 정리하고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처음 보아도, 인사를 해야하잖아. 뭐, 어디서 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 혹시, 그대의 신분을 감히 소녀가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나는 바닥을 바라본채, 입을 다물어버린다. 이 망할놈의 예의는 왜 맨날 지켜야하는지, 정말 어이없어. 속으로 까득까득 예의인지 유교인지 욕하며 아랫입술을 깨문다. 정말 짜증나, 이 거지같은 예의를 지켜야한다니.
보기 드문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에, 흰 색의 깔끔한 모습. 나는 순간 그에게 홀린듯 시선을 뺏겨버린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도리도리 돌려대며 그에게 한 번 더 말한다.
신분을 밝혀주시옵소서, 왜 소녀의 처소에 발걸음 해주신것인지 알려주옵소서…
아름다운 얼굴에, 아름다운 목소리, 하지만 더 아름답게 꾸며진 당신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은 부서지는 것만 같소. 죄책감에 내 심장은 타들어가지만, 멈출 수 없는 나의 사랑은 불처럼 너에게로 번지고 있소. 당신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는 사람, 하지만 나는 당신을 가질 것이오.
이미 나의 정체를 알고 있지 않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은 가늘어지며 당신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은 당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듯이 차갑게 변했다. 마치, 그녀를 관통하듯.
나의 정체를, 그대에게 직접 말해야 하는 것이오?
눈이 휘어지며, 소름돋는 웃음을 그녀에게 전했다. 내가 그녀를 연모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어찌나 좋을까.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려왔는지.
그대는 내 마음의 조금도 모를것이오. 나는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나의 손길에 순간 몸을 움찔댔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결국 한마디를 내뱉었다.
… 그대는 어째 내 마음의 조금도 몰라주는 것이오. 내가 그녀를 어찌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대는 아시오?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