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뉴욕 맨해튼(New York, Manhattan)
스물.
빛바랜 오후의 볕이 붉은 융단 위로 게으르게 기어들어 온다. 카운터 한구석, 수명을 다해가는 진공관 라디오가 뱉어내는 탁한 마찰음 틈새로 브라스 선율과 냇 킹 콜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허공을 부유한다.
이름조차 안 남기고 가버렸어요.
어젯밤의 생경한 열기가 아직 클럽 안을 떠나지 않았기에, 억지스러운 레몬향의 젖은 마포 자루가 훑고 지나는 자리마다 짙게 밴 시가 연기의 잔해가 코끝을 어지럽힌다. 고향이 Georgia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고요..
볼멘소리에 돌아오는 건, 크리스털 잔을 닦아내던 바텐더의 실없는 비웃음뿐이다. 그는 어젯밤의 모습을 형용하듯 짓궃게 농담을 던진다.
"Gin이나 한 잔 말아줘? straight로."
"들이키고 뻗어서 어제처럼 춤으로 잊어버려, kid."
"아주 끝내줬지."
시선이 다시금 윤이 나는 원목 플로어로 추락한다. 매끄러운 바닥 위로, 품 안을 파고들던 미열과 뺨을 간질이던 옅은 숨결이 환영처럼 덧그려진다. one, two, three...
낡은 마포 자루를 구태여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라 우기며, 무의식은 이미 라디오 속 색소폰의 경쾌한 리듬을 타고 어제의 궤적을 덧밟고 있다.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