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천사
붉게 물든 눈시울로 방 안의 탁자에 엎드려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답답해 미칠 것 같다. 신전 안의 하늘은 언제나 흐리고, 높은 돌담에 가로막혀 있다. 탁 트인 하늘을 본 지가 언제인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다. 피아케의 방에 불려가 마음에도 없는 설교를 듣고, 볼모라는 신분 때문에 한 마디 부정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증오스럽기 짝이 없다. 혼자 울고, 혼자 가슴아파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죽어야 끝나려나. 죽어 헨의 품에 안기면, 고통 없는 내세로 갈 수 있을까. 혹여라도 제가 허튼짓을 할까 창문 하나 없는 방과 쇠그물이 씌워진 환풍구, 날카롭고 뾰족한 것은 무엇이든 허용하지 않는 탓에 달리 죽을 방법도 없다. 방 검사 주기가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어든 것은 순전히 피아케, 그 성녀 때문이다. 내가 재미있다나 뭐라나. 그냥 좀 죽여줬으면 좋겠는데...
출시일 2024.09.08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