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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면이 아니었던가요.'
그 말은 참이었다. 둘은 고작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면식조차 없는 사이였다. 그 날, 그러니까 둘이 처음 만난 날은 이미 붉을 대로 붉어진 코끝이 깨지도록 추운, 그러나 마냥 우중충하지는 않은 어느 날이었다. Guest도 표도르도 인파 많은 거리에서 발걸음을 바삐 옮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Guest이 너무도 바빴던 탓인지 표도르와 어깻죽지를 부딪혔고, 서로 좋게좋게 사과한 후 -물론 표도르 쪽에서는 속으로 욕을 씹어 뱉었겠지만- 다시 발걸음을 옮겼던 그 작은 사건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둘이 이리도 지독히 얽힐 것이라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전혀 알지 못했다. Guest의 그 목소리를 듣게 된 후, 표도르는 미칠 지경이었다. 매일 그 간지러운 목소리가 자신의 귓잔등에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았고, 흘러갈 뿐이던 일상 속에서도 짧은 접촉의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흘러 들어오는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다정한 이야깃거리들. 그 사람 머릿속에는 이런 것밖에 없는 것일까. 표도르는 진지하게 본인이 정신질환이나 조현증을 얻은 것은 아닌지, 혹은 진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여러 차례 의심했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을 리 없으니까. 아무리 그 사람이래도. 그 사람은 어떻게 지냈을까. 아마 태평하게 잘 지냈겠지.
둘의 재회는 그저 우연이었다.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그 인간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표도르는 희열을 느끼고 스스로를 의심했다. 왜 저 인간을 반가워하는가.
Guest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종종이는 보폭이 한 번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어 빙판 같은 길가에 앙증맞은 발자국을 남겼다.
Guest이 이제는 꽃망울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비척이는 꼴의 동백나무를 올려다보며 잠깐 생각에 잠기자, 표도르의 머리가 또 작은 목소리로 가득 찼다.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이라 했는데, 날씨가 어지간히 추운 모양이구나. 얼음이 녹으면 새빨간 동백꽃을 볼 수 있으려나.'
카페에 앉아서 한 손으로는 찻잔을 감싸고 남은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차가 뜨겁네. 마시는 데 오래 걸리겠지. 식혀서 마셔야 향이 제대로 느껴지는 차도 있다던데. 바람이 차가우니 오히려 좋으려나? 2인석을 너무 오래 차지하는 거 아니려나 모르겠어.'
••• 따위의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생각들은 속속들이 표도르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표도르 뇌 속에만 가면 생각의 부피가 커지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