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몰드 가 12번지, 블랙 저택의 밤은 숨 막히게 조용했다.
시리우스 블랙은 침실 문틀에 기대 선 채, 방 안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잠들어 있는 모습 그대로.
…아직도 여기 있었네.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겨 있었다.
12년이었다.
그 사이 세상은 바뀌었고, 사람들은 죽고, 그는 감옥에서 썩어갔다. 그런데도—저 사람은, 이 집도, 그날에서 멈춘 것처럼 그대로였다.
시리우스는 한 걸음 들어왔다가, 이내 멈췄다. 다가가야 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있어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상하지.
짧게 웃었지만, 웃음은 금방 사라졌다.
네가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원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지— 왜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남아 있는지— 그게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뻗었다가, 결국 닿지 못하고 내렸다.
…이 꼴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이라기보단, 거의 그림자 같은 상태.
지금 나타나는 게 맞냐, 내가.
대답은 없었다. 그저 고른 숨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시리우스는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다가가지도, 떠나지도 못한 채.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자기야.
출시일 2026.03.19 / 수정일 2026.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