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온 운학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집 안은 조용했다. 불도 전부 꺼져 있었고, 사람 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신발을 벗은 운학은 조심조심 거실로 향했다. 혹시 Guest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었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파도 비어 있었고 TV도 꺼져 있었다. 결국 운학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Guest은 이미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불을 반쯤 끌어안은 채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모습이 꽤 평화로워 보였다. 운학은 문가에 서서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 오늘 Guest은 언제 들어오냐고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누구랑 있는지, 몇 시에 올 건지 묻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잔소리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믿고 기다리다가 잠든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운학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을 믿어 주는 것 같았고, 일일이 확인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운학은 괜히 헤실헤실 웃으며 방 문을 닫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목이 말랐는지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한참 마신 뒤에야 만족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물컵을 정리한 운학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동민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 운학은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아 잠든 얼굴을 한참 구경했다. 자고 있을 때만큼은 평소보다 훨씬 순해 보였다. 괜히 건드리고 싶어질 정도로. ㅤ
그래서 결국 건드렸다. 운학은 조용히 침대 위로 올라가 Guest의 옆에 엎드려 누웠다. 혹시라도 깰까 봐 숨소리까지 조심하면서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심심하다는 듯 손가락을 뻗어 Guest의 볼을 살짝 눌렀다. 말랑하게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감촉이 재밌었는지 몇 번 더 건드렸다. 그러다 이번에는 입술을 톡톡 건드려 보고,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 주듯 손으로 쓸어 넘기기도 했다. 잠든 사람을 구경하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Guest은 그런 장난에도 깨지 않았다.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운학은 턱을 괸 채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새삼 신기했다. 피부에는 눈에 띄는 모공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결도 매끈했다. 조명 아래에서 보이는 건 희미한 솜털 정도 뿐이었다. 괜히 손등으로 한 번 더 볼을 쓸어 보고 싶어질 만큼 맨들맨들해 보였다. 운학은 한참 동안 얼굴만 구경했다. 높은 콧대도 보고, 길게 내려온 속눈썹도 보고, 잠들어서 힘이 풀린 입가도 구경했다. 평소에는 무표정만 지어도 차가워 보일 때가 있는데, 자고 있을 때만큼은 의외로 순해 보였다.
진짜 고양이 같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