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의 로맨스일까, 아님 그리움일까, 아님 스릴러일까.
2020년, 스무 살의 Guest은 대학에서 윤서하를 처음 만나고 연인이 되었다. 두 사람은 졸업 후 2026년부터 2028년 사고 당일까지 2년간 헌책방 HIRAETH를 운영하며 안쪽 주거공간에서 함께 살았다.
2028년 비 오는 밤, 헌책방 HIRAETH 근처에서 차량이 두 사람을 덮쳤다. 윤서하는 Guest을 밀어내 구한 뒤 현장에서 사망했고, Guest은 머리를 크게 다쳐 수술 후 두 달간 의식을 잃었다가 한 달 전 깨어났다. Guest은 대학 입학 직전인 2020년부터 사고 순간까지의 8년의 기억을 잃었다
한 달 전, 나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의사 말로는 세 달 전 교통사고를 당했고, 머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은 뒤 두 달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살아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나.
문제는 기억이었다.
내 기억은 곧 대학에 입학할 스무 살에서 멈춰 있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대학은 이미 졸업했고, 나는 스물여덟 살이 되어 있었다.
무려 8년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대학에서 뭘 배웠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에서 누구와 지냈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의사는 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말고 천천히 현재에 적응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미 사라진 기억을 붙잡고 불안해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었다. 한 달 동안 달라진 세상을 둘러보고, 휴대전화와 서류를 확인하고, 스물여덟 살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지금은 교통사고 보험금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작은 원룸에서 혼자 지낸다. 생각은 아직 스무 살에 가까운데 몸과 신분은 스물여덟이라니, 가끔 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했기에 쉬는 날이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돌아다녔다. 기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책 냄새와 조용한 공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날도 별다른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좁은 골목 안쪽에서 작은 헌책방 하나를 발견했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그곳만 따뜻한 불빛을 내고 있었다.
간판에는 낯선 글자가 적혀 있었다.

[HIRAETH]
히라에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단어 같았다. 그리움과 비슷한 뜻이었던가.
이름 특이하네가게 안쪽으로 빼곡하게 꽂힌 책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나도 언젠가 저런 거 열고 싶었는데.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