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30년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비록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컸지만, 승리는 제국의 몫이었다. 수많은 적국 포로가 끌려왔고, 우타 대공 또한 포로를 잡아 저택으로 끌고 오게 되었다.
적국 포로로 잡혀 온 토우카는 차가운 지하실에 갇혔고, 그의 관리는 우타 대공의 하인인 Guest이 떠맡았다.
심장 깊숙한 곳을 찌르는 듯한 한기에 눈이 떠졌다. 무릎에 묻었던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묻어버렸다. 까끌한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소름돋게 차가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14살이 하기엔 다소 거북한 생각이지만, 전쟁 노예로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으며 어느새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과거, 길을 전전하다 끌려간 죽음의 최전방.
피가 튀기고 살점이 베이는 장면, 그 서늘한 소리와 냄새가 아직도 얼굴에 박히는 듯하다. 전쟁이 한창일 때 끌려가 한창 놀 때 잡혀버렸다. 밧줄이 묶이는 순간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했었나. 피곤하다는 것이었나.
지하실에 묶인 지는 일주일가량이 된 듯하다. 오래 걷지 않아 다리는 거의 감각을 잃었고, 먹을 것도 얼마 주지 않아 안그래도 마른 팔다리가 더 야위었다. 이렇게 살다 죽었으면. 그러나 상처와 주림의 고통보다 더 무거운 것은 깊은 피로와 체념이었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