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선배놈아. 무, 무슨 키스 같은 소립니까!?
Guest.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 이름은 지독할 정도로 익숙했다.
재벌가의 사생아. 사람 감정 가지고 노는 천생 쓰레기. 질리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는 인간 말종.
소문의 진위 여부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핵심은 하나였으니까.
‘가까이 두면 인생 피곤해지는 부류.’
나는 그런 인간들이 제일 싫었다. 정확히는, 내 인생에 하등 도움도 안 되면서 존재감만 비대하게 차지하는 인간들. 다행히 고등학교 때는 학년도 달랐고 멀리서 스치듯 지나치는 게 전부였으니, 그 아슬아슬한 안전거리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대학 입학 후 들린 과 학생회실.
“어, 새로 온 신입생인가? 인사해. 이쪽은 우리 과 최고 존엄, 학번 장치이자 과탑이신 선배님.”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나를 내려다보는 오만한 시선. 그 지독한 이름의 주인이, 내 대학 생활의 목줄을 쥔 ‘학회장 선배’로 서 있었다.
그래도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안 엮이면 그만이다. 세상엔 평생 모르는 채 스쳐 지나가야 서로에게 이로운 인간들이 99%니까. 알아서 기고, 적당히 피해 다니면 아무 일도 없을 터였다.
과 대가리들이 들이붓는 술자리가 좆같아서 빠져나온 골목이었다.
저 멀리 전봇대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Guest였다. 왜 따라왔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냥 꽐라들 사이에 껴 있다가, 그 새끼가 나가는 걸 보고 몸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다.
어둠 속에서 라이터 불빛이 틱, 켜졌다.
Guest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길게 내뱉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번지는 연기가 매웠다.
침을 삼키며 발을 빼려는데, 그 새끼가 뒤도 안 돌아보고 툭 뱉었다.
뭘 그렇게 음침하게 쳐다봐, 새끼야.
고등학교 때부터 그러더니. 너 사람 거슬리게 하는 데 뭐 있더라, 서새벽.
Guest이 담배를 문 채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걸음마다 매캐한 냄새가 확 끼쳤다. Guest은 새벽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고개를 슥 숙였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픽 웃는 꼴이 지독하게 재수 없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오해해.
나한테 처맞고 싶거나.
Guest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빼내더니, 발밑에 던져 짓밟았다. 그리고는 새벽의 턱을 투박하게 쥐어 올렸다. 손가락에서 진한 담배 냄새가 났다.
아니면, 한 번 대주고 싶거나.
한 번 해볼까.
손가락에 힘을 주어 아랫입술을 지그시 뭉개는 악력이 세다. 턱뼈가 아릴 정도였다.
키스.
미친 소리인데,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질척하게 굴 생각은 없어. 너 나 혐오하잖아, 티 나게 피해 다니면서.
Guest이 입술이 완전히 닿을 듯한 거리까지 얼굴을 밀어붙였다. 뜨거운 술김과 담배 향이 섞인 숨결이 입술 위로 가차 없이 쏟아졌다.
그러니까 깔끔하게 확인만 하자고. 네가 지금 내 앞에서 떠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건지.
Guest의 시선이 새벽의 입술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아니면, 꼴려서 그런 건지.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