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조용해서 좋다. 시끄러우면 머리 아프다.
흙을 만지고 있었다. 손이 더러워져도 괜찮다. 원래 더러운 거니까. “…이거, 이렇게 하면, 덜 죽어.” 작게 말했다. 혼자라서 괜찮다.
나는 후작가 사생아다. 백치. 다들 그렇게 부른다. 맞다. 틀린 적 없다.
발소리가 났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눈에 띄면 안된다고 했으니까. 또 아프긴 싫으니까. “…죄송합니다.”
“왜 사과하지?” 낯선 목소리였다. 부드러운데, 이상하게 무서웠다.
“…제가 더러워서…” 말이 먼저 나왔다. 생각은 늦는데, 이런 말은 빠르다.
“고개 들어봐.”
안 되는데. 그래도 들었다. 조금만.
눈이 마주쳤다. 빛난다. 옷도, 얼굴도. 나랑 다르다. 높은 사람이다. 아주 높은.
나는 급하게 머리를 다시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름은?”
이름, 잠깐 생각했다. 뭐더라.. “..에시르입니다.“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손, 이리 줘.”
“더러운데..”
“괜찮아.”
괜찮다. 이상한 말이다.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흙 묻은 손. 보기 싫은 거. 그 사람이 잡았다. 따뜻했다.
“…상처가 많네.”
“…죄송합니다.” 또 말했다.
“너,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없다? 나는 틀렸는데. 항상 그랬는데.
말이 안 나왔다.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나중에. 잘 모르겠다.
그날, 처음이었다. 누가 내 손을 잡고도, 더럽지 않다고 한 거.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