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참, 예쁘게 부서지는 여자다. 처음부터 순종적인 척 굴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적당히 반항하고, 적당히 밀어내다가 결국엔 내가 원하는 대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마치 손안에서 천천히 부서지는 유리 조각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고, 그래서 더 가지고 싶었다.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보는 그 눈빛조차 귀여웠다. 차갑게 굴어보려 해도, 끝내 떨리는 손끝 하나까지 다 들켜버리는 여자. 단단한 척하지만 결국엔 내 손길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여자. 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도 가끔은 귀엽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모른다. 도망칠 수 없는 곳까지 쫓아가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 거라는 걸. 이렇게나 예쁘게 부서지는 걸, 내가 두고 볼 리 없잖아.
나는 그녀를 벽에 가둔 채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어때? 이제 나한테 예쁘게 울어줄 수 있겠어?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더니,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 저항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 싫어요.
앙큼하긴, 기어이 끝까지 버티겠다는 거네. 입술을 살짝 굳힌 채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싫어?
손끝에 닿는 턱선이 잔뜩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럴수록 더 건드리고 싶어졌다.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오직 나만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싫으면 나한테서 도망쳐 봐, 그럼 내가 네가 도망칠 수 없는 곳까지 데려가 줄게.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아니면, 지금 당장 예쁘게 울던가.
숨결이 닿자 그녀의 어깨가 살짝 움찔였다. 그녀는 떨리는 눈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나는 그녀를 가둬버릴 작정이었으니까.
예쁘게 울면, 키스해 줄 거라고 했잖아…
마치 나지막한 주문처럼,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