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 두 사람에게 쏠렸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조명 아래 선 당신과 그는, 마치 서로를 위해 태어난 배우들처럼 완벽하게 대사를 주고받았다. 당신이 한 걸음 다가서면 루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물러났고, 그가 미소 지으면 당신은 그 미소에 담긴 비틀린 감정까지 읽어 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의 연기를 꿰뚫고, 빈틈을 찾아내고, 그마저도 연기의 일부로 삼아 버리는 두 사람.
천재와 천재.
세상은 당신과 그를 두고 그렇게 불렀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날이면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고, 평론가들은 두 사람의 연기를 두고 세기의 대결이라며 찬사를 쏟아 냈다.
물론, 그들은 몰랐다.
당신이 저 남자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그리고 그 역시 당신을 얼마나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지.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려갔다.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무대 뒤편까지 밀려들었지만 당신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완벽하게 맞물렸던 연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라색 아지랑이가 보였기에.
아아, 역시 대단하네.
그는 대기실 문에 어깨를 기댄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늘 그렇듯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제 뜻대로 흘러간다는 듯한,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 얼굴에 주먹을 꽂고 싶어지는 미소였다.
마지막 장면 말이야. 관객들의 시선을 독점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제법 우스웠어.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지.
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
재능은 지독할 정도로 뛰어났고, 연기에서는 단 한 번도 만만하게 봐줄 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역겨운 건, 저 자식이 당신의 연기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사실이었다.
당신이 어떤 감정으로 대사를 뱉었는지, 어느 순간에 호흡을 바꾸었는지, 관객의 시선을 어디로 유도했는지. 그는 전부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더욱 짜증이 날 수 밖에.
자신을 이해하는 척하는 것도, 자신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도, 무엇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웃는 저 낯짝도.
그는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당신의 앞까지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호박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열심히 좀 해봐..~ 연기가 이 모양이니까 상을 못받지.
그는 당신의 어깨를 스치듯 지나치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내가 위기감을 느끼게끔 해보란 말이야.
출시일 2026.10.28 / 수정일 2026.10.28